[CEO저널 인터뷰] 해례한국어연구소 소장 한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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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한주연 해례한국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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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04 14:00


최재혁 기자 tlswls9193@naver.com


“선배 교원으로서 보람 있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
한국어를 무척 사랑하는 ‘한국어교원’을 양성하는 한주연 소장

[CEO저널=최재혁, 김로빈 기자] 우리 한국어의 위대함을 모르는 대한민국 시민은 없지 않을까?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만든 우수한 우리 언어는 한국의 문화가 널리 퍼지며 배우려는 외국인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치솟는 인기와 달리 외국인을 가르칠 한국어교원은 턱 없이 부족할 따름이다. 한주연 해례한국어연구소 소장은 한국어를 연구함과 동시에 우수한 한국어교원을 배출하고 있다.

Q. 소장님께서 처음 한주연 해례한국어연구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제가 한국어교육을 시작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선배 교원으로서 뭔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KF재단이나 세종학당 등에서는 한국어교원 재교육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재교육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교원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어교원에게 딱 필요한 실용적인 연구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한국어교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웃음)



Q. 소장님께서 한국어 교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셨는데, 그동안 어떤 이·경력을 지녔는지 궁금합니다.

A. 2001년부터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처음에는 생명의 전화 등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활동부터 시작했습니다. 그후 상하이문화원, 강동외국인근로자센터, 베이징대학교, 베이징외국어대학교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또 삼성전자 등 대기업 직원들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은 비대면 수업 형태로 온라인세종학당, 메타버스 세종학당 등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경희사이버대학교와 한양대학교 국제교육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는 세종학당과 KF재단 프로젝트 사업에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세종학당 통번역 운영사업 공동연구원, 온라인 세종학당 공동연구원, 국립국제교육원(KF재단)에서 진행하는 외국인 교원 재교육 사업 등에서도 공동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운영과 한국어교육실습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은 다양한 학습자를 대상으로 에듀테크 교육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재외동포청에서 주관하는 한글학교 교사 연수프로그램과 국립국어원 배움이음터 진행하는 해외 교원 연수 프로그램에서도 에듀테크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한국어 교원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소개해주신다면요?

A. ‘한국어교원’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반드시 ‘한국어교육실습’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많은 분이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어는 쉽게 가르칠 수 있겠다 싶어서 한국어교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한국어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정말 많이 계십니다.

‘국어’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는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한국어교육 과정을 배우면서 그제서야 알게 되시는 거죠.

예를 들면 한국어에는 ‘이유’를 설명하는 문법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언제 ‘-(으)니까’를 사용하는지 언제‘-(느)는 바람에’를 사용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말합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유’를 말할 때 어떤 문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지, 또 두 문법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싶어합니다. 한국어 교사는 이런 유사문법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도 함께 가르쳐야 합니다. 언어와 문화는 결국 하나니까요. 예를 들면 존댓말이라던가 식사 문화 등을 함께 가르치지 않는다면,그 외국인이 구사하는 한국어는 살아있는 한국어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한국어교원은 단순히 언어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까지 함께 전달하여 학생들이 한국어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Q. 소장님은 블로그, 카페, 유튜브로 외국인들이 보면 좋을 우리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제작하는 이유와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A. 선배 교원으로서 뭔가 보람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어 수업 준비를 할 때 영상 검색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막상 수업에 사용하려면 마땅한 영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어교원들에는 수업 준비 시간을 줄여주는 영상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요.

외국인 학습자들에게도 학습용으로 적당한 수업 자료를 제공해 주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혼자서 유튜브 등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영상은 정말 찾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진행하고 있는 영상 콘텐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하철 타고 한국 여행’이란 테마인데요. 서울을 중심으로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하철로 외국인 학습자가 직접 그 장소에 가 볼 수 있도록 가는 방법부터 볼거리 등의 여행 정보도 알려주고요. 문법. 발음 정도 등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경복궁, 서울역, 남대문시장, 남산타워, 이태원, 올림픽공원 편을 제작했고요. 홍대, 동묘 벼룩시장, 광화문 등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팟캐스트인데요. 한국 문화를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학습자들이 영상을 보면서 편안하게 들으면서 한국 문화도 이해하고 듣기 실력도 향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뜨끈한 국물이야기, 요즘 핫한 K-김밥, 강남과 강북 이야기, 한국의 봄꽃, 한국의 밑반찬 등을 제작해서 공개했습니다. 듣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다른 팟캐스트와 달리 영상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콘텐츠는 ‘지하철 타고 경복궁에 가요’와 ‘K-김밥’이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는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들어가지만, 댓글과 좋아요로 힘을 얻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게 됩니다.

Q. 한국어 교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진행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A. 한국어 교원이라는 직업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전문가를 말하는데요. 몇 가지 필수적인 자격 요건과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한국어 교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학사 학위가 필요합니다. 자격증 취득 방법은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을 이수 후 시험을 통해 3급을 취득하는 방법과 학점은행이나 한국어교육전공 학위 과정을 듣고 실습 과정을 거쳐서 2급을 취득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한국어 교원이 되는 과정은 험난할 수 있지만, 한국어와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보람 있는 직업입니다. 한국어에 대한 열정과 교육에 대한 헌신이 있다면, 누구든지 도전할 가치가 있는 길입니다.

Q. 올바른 한국어 교원, 인기 있는 한국어 교원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우선 한국어교원으로서 올바르고 인기 있는 교원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과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국어’로서의 한국어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는 같은 언어이지만 접근 방법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법, 발음,어휘 등에 대한 정확한 언어 지식을 갖추고 학습자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과 능력을 연구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학생들에게 효과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습 특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에듀테크나 AI를 활용한 교육 방법, 학생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SNS 활용법 등을 학습하고 적용하는 것도 중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열정과 사명감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신뢰를 기반으로 소통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소장님께서 인천 재외동포청 등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어떤 강의를 진행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나 수강생이 있는지요?

A. 코로나 기간에 참 많은 강의를 진행했는데요. 멕시코 뉴에보레온대학교 교사 80명을 대상으로 에듀테크 도구 교육을 했을 때였습니다.

한국어교사가 아닌 다양한 언어(영어.중국어. 스페인어.일어. 독일어...) 교사를 대상으로 강의를 해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모두 코로나 기간에 상호작용을 위한 에듀테크 교육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지 시각 7시 저는 새벽 1시에 강의를 진행했는데요. 너무 만족해하셔서 새벽에 했던 강의였지만 아주 보람이 있었습니다.

또 2023년 우즈베키스탄 국제학술대회에서 ‘쉽게 배우는 에듀테크’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우즈베키스탄 선생님들이 너무 재미있게 잘 배우셔서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Q. 소장님께서 생각하는 한국어, 외국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우리 말의 매력을 말씀한다면요?

A. 한국어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정말 많아요.

예를 들어 ‘보고 싶다’라는 말 하나에도 여러 감정이 담겨 있어요. 친구를 그리워할 때도 쓰고, 연인을 그리워할 때도 쓰죠. 같은 말인데 상황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달라지는 게 재미있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또 존댓말과 반말처럼 말의 높낮이를 통해 감정을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잘 지냈어?’와 ‘잘 지내셨어요?’는 같은 안부를 묻는 말이지만, 말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상대에 대한 존중이 느껴져요. 이런 점이 다른 언어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한국어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정’이란 단어도 한국어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어휘라고 생각해요. 이 어휘는 단순히 ‘사랑’이나 ‘우정’으로 번역하기 어려운 깊은 감정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다른 언어로는 이런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어를 통해 한국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소장님의, 해례한국어연구소의 향후 목표는 무엇입니까?

A. 몇 가지 목표가 있는데요. 매년 한국어교원에게 꼭 필요한 필독서를 책을 꾸준히 출판하고 싶습니다. 한국어 수업에 필요한 실용서 위주로요. 서점에 가면 정말 많은 책이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사려면 어떤 책을 사야할지 머뭇거리게 되죠. 저는 트랜트에 맞게 수업에 꼭 필요한 책을 매년 출판하고 싶습니다.

둘째 에듀테크 한국어교육의 문턱을 아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교육계는 에듀테크 도구를 넘어서 생성형 AI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한국어교육에서는 에듀테크가 보편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에듀테크 한국어교육을 해례가 앞장서려고 합니다. 그래서 7월부터 ‘한국어교원 에듀테크연구회’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선생님들의 에듀테크 능력을 발전시키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세 번째는 제가 지난 몇 년간 KF재단 등에서 해외 교원 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외국인 교원들에게도 꾸준히 도움을 주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재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특정 지역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하지만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일회성 교육이 많거든요.

그래서 곧 외국인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한국어교육문화교류협회(가칭)’을 만들고 싶습니다.

외국인교원들을 위해 만들어둔 콘텐츠도 공유하고, 앞으로는 외국인교원이나 외국인학습자들에게 필요한 콘텐츠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또 외국인교원들을 위해 무료 재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인교원들과 다양한 학문적 교류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술대회 등도 꾸준히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목표는 한국어교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조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해례한국어연구소에서 앞으로 유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한국어교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높은 강의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런 처우가 한국어교원 처우 개선의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구소를 운영한 지 일년 반 정도가 지났는데요. 그동안 정말 많은 지인들이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저를 도와주시고 제 꿈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국어교원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연구소가 되도록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오늘 인터뷰 한 내용들이 어떤 분들에게는 너무 거창하고 황당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꿈을 꾸는 사람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기회가 되어서 다음 인터뷰를 하게 되면 제가 말씀드렸던 꿈 가운데 몇 가지는 실천하고 있고 몇 가지는 진행형인 상태가 되면 좋겠습니다.


출처 : CEO저널(http://www.ceojhn.com)